불교탐구 - 제3부 경전연구- 9장 주요불전의 사상
마이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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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6 13:37
제 9 장 주요 불전의 사상
한역경전을 분류하여 소승경전(=성문장 聲聞藏)과 대승경전(=보살장 菩薩藏)으로 이분하는 것은 인도 이래의 관습으로 지금도 상식적으로
일반에 통용되는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전 중에는 대승이나 소승 어디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것과, 소승경전은 「아함경」에 한하지만 대승경전은
여러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분법은 정밀하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분류로는 천태종의 지자대사(智者大師)가 교상판석(敎相判釋)을 할때에 분류한 화엄경류(華嚴經類), 아함경류(阿含經類),
방등경류(方等經類), 반야경류(般若經類), 법화경류(法華經類) 등의 오분법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근래에 와서는 불충분하게 느끼게 되어, 현재는 아함부(阿含部), 본연부(本緣部), 반야부(般若部), 법화부(法華部),
화엄부(華嚴部), 보적부(寶積部), 열반부(涅槃部), 대집부(大集部), 경집부(經集部), 밀교부(密敎部) 등의 10류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 경전의 구성과 사상에 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데, 여기서는 간추린 20여가지의 경전을 그 성격과 저작연대를
고려하여 소승불교의 경전, 대승불교의 경전 그리고 재가(在家)불교적인 특징이 뚜렷한 경전들을 따로 구분하여 세가지 범주로 소개한다.
1. 소승경전 (小乘經典)
(1) 아함경 (阿含經)
① 구성
아함(阿含)이란 범어로 ‘아가마’ (agama)의 음역(音譯)인데, 가르침 또는 전하여짐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교법(敎法), 전교(傳敎), 법귀(法歸), 법장(法藏) 등으로 의역(意譯)되기도 했다. 본시 전해온 성인의 말씀을 ‘아아가마’라고 하는 것은
고대 인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용어이었는데 불교에 있어서는 불멸후 100~200년경 사제(師弟)가 서로 전해서 내려오던 석존의 교설을 전부
집성하여 이것을 ‘아아가마’라고 총칭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아함경」이란 전승(傳承)의 사실이 명확한 경전 그리고 권위있는 경전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어서 뒤에 성립한 전승이 불명한 경전에 비해서 전통적으로 권위가 있다.
「아함경」의 구성을 보면, 석존의 교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경(經)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경을 보아서 이루어 진
것이다. 그래서 아함부(阿含部)라는 말을 하기돟 하는데, 종래에 한문으로 번역된 「아함경」을 보면 「장아함경(長阿含經)」,
「중아함경(中阿含經)」, 「잡아함경(雜阿含經)」,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의 네가지가 있다. 이러한 네가지도 각각 여러개의 경(經)이 모여져
있다.
장아함(22권)은 주로 장편의 경전을 모은 것인데, 30경이 수록되어있으며, 중아함(60권)은 중편의 경전 222경으로 구성되어 있고
잡아함(50권)은 주로 단편의 경전 1,362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증일아함(51권)은 1법에서 10법까지 법수(法數)의 순차에 따라 분류편찬한
472가지의 경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와 같이 길고 짧은 수많은 소경(小經)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아함경」의 내용은 실로 복잡다단하여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4아함에 일관하여 설해지고 있는 것은 원시 불교의 근본사상인 사성제와 팔정도(八正道) 그리고 십이인연(十二因緣) 등의 불교의 핵심적인
교리내용들이다. 이러한 교리는 불설(佛說)의 근원에 가장 가까운 것이면서 극히 실제적인 교훈이어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도덕적인 규범으로써 크게
우러러 볼만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원래 불설(佛說)은 공리공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② 교리사적 지위
「아함경」은 이를 문학적 작품으로 볼때에는 웅대하고 시취(詩趣)가 풍부한 대승경전류나 우화(寓話) 비유로써 평범하게 서술된
전기경류(傳記經類)에 비하면 자못 단편적이어서 석존의 언행록이라고 할만한 것이다. 그러므로 석가의 이면을 보는데에는 더 없이 좋은 재료이며 살아
있는 석존을 대하는 듯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석존의 입멸후 상당한 세월이 지나 성립된 것이므로, 예컨대 석존이 설법할 때 천지가 6종으로 진동했다는 것이나
천화(天花)가 낙하했다는 것, 석존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 과거 제불의 사상이라든지 또는 범천(梵天)이나 천인(天人)의 등장과 같은 것등은
다분히 신화적인 차원의 것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아함경」은 다른 어떤 경전보다도 석존의 가르침에 멀지않고, 사상면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없으며, 이설(異說)이 대립된다든지
분파(分派)의 경향이 나타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대승과 소승의 구별도 보이지 않아서 「아함경」은 곧 후세에 발달하는 불교의 원천이
된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19세기 후반 이후 서양인들은 이를 원시 불교(原始佛敎)라고 하여 불교교리 연구의 기초로 삼아 왔으며, 그 연구성과도
다른 부문에 비해 매우 괄목할 만한 것이어서 불교의 학술적 연구의 단서가 되어 왔다고 하겠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함경」은 원시 불교의 경전전집(經典全集)이며 여러 불전(佛典)중에서 석존이 설한 바 본형(本形)을 찾을 수
잇는 유일한 자료이기도 하다. 소승불교의 교리도 「아함경」의 설에 의거하여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조직한 것에 불과하고, 후세에 성립된 대승경전도
모두 이 경전으로부터 변화 발달된 것에 불과하다. 예컨대 「반야경(般若經)」에서 설하여지고 있는 대승 공관(空觀)의 사상도 결국은 이 경전에서
설한 무아(無我)사상, 12인연 등이 전제가 된 것이니 「아함경」은 결국 전시대(前時代) 불교의 총령(總領)인 동시에 후시대(後時代)의불교를
산출한 모체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2) 법구경 (法句經)
주로 단독으로 된 시집이라 하겠으며 원시 불교 교단에서 널리 유포되었던 것을 엮은 것으로 본다.「법구경」의 원명은 파알리어
‘담마파다’로서,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는 「법구경」은 전(全) 39장으로 구성된 한역 법구경(2권)의
국역(國譯) 두 가지가 있다. 이 한역본과 파알리어본은 그 장수(章數)라던가 시구(詩句)의 배열 및 종류가 같지 않기 때문에 한역본의 원전은
파알리어본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經)은 한마디로 말해서 시집(詩集)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로 단독의 게(偈)로 되어있으나 때로는 두 개, 또는 여러 개의
게(偈)가 한데 묶여져 있는 수도 있다. 이러한 시들은 물론 석존이 직접 읊은 것은 아니지만 석존의 설법이 시(詩)의 형태로 엮여져서 원시 불교
교단내에서 널리 유포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각각 달리 편집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편집의 시기는 서력기원전 4세기 내지 3세기경으로 추정되는데 더
오래된 것도 있다.
이 경은 불교의 윤리적인 교의(敎義)를 시(詩)의 형태로 나타내어 불도(佛道)에 입문하도록 하는 지침서이다. 방대한 불교성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석존의 진의(眞意)를 전하는 주옥(珠玉)의 문자로써 진중(珍重)되고 있어서 예부터 불자들에게 가장 많이 애송(愛誦)되어
왔기 때문에 이 경(經)만큼 오래 되고 또 널리 읽힌 성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구경」과 동일계의 경전들은 한역 대장경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가 있다.
①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4권)
한역 「법구경」의 게송 가운데서 3분지 2를 그대로 옮겨와서 그것이 설하여지게 된 사정과 인연(因緣)을 말하여주는 비유(譬喩)를
적은 것이다. 이 경은 39품으로 그 배열과 순서는 한역 「법구경」의 장(章)의 배열이나 순서와 일치한다. 각 품(品)마다 한가지 이상의 비유를
들고 있는데 그 수는 모두 68가지에 이른다. 서력 290~306년 법거(法炬)와 법립(法立)에 의해 한역되었으므로 「법구경」보다는 한역연대가
약간 늦다.
② 「출요경 (出曜經)」 (30권)
이것은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보다도 근 100년 뒤인 서력 398~399년에 축불염(竺佛念)에 의해 한역되었는데, 그 내용은
「법구경」의 시구(詩句)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면서 다른 시구(詩句)들을 많이 섞어 넣고 그 시구들에 담긴 교훈을 석존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관련시켜서 실례를 들어가며 산문(散文)으로 해설을 가한 것이기 때문에 「법구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③ 법집요송경 (法集要頌經) (4권)
경명(經名) 그대로 순전히 게경(偈經)이다. 출요경(出要經)과 장수(章數), 게수(偈數)가 비슷한데 그것을 전부 시의 형식에
담았다. 출요경에 나오는 게(偈)는 4자(字) 1구(句), 5자(字) 1구(句)가 섞여 있는데 비해서 이 경(經)의 게(偈)는 전부 5자(字)
1구(句)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32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의 두가지보다 훨씬 뒤인 서력 950~1,000년경에 천식재(天息災)에 의해
한역 되었다.
(3) 유교경 (遺敎經)
사라쌍수밑에서 열반에 들면서 제자들을 위해 남기신 최후의 경으로, 항상 고요한 곳을 찾아 정진하라고 경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교경」,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위산경책(僞山警策)」은 불조 3경으로서 애중되어 온 경이다.
단권(單券)인 이 경의 명칭은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인데, 달리 「불임반열반약설교계경(佛臨般涅槃略說敎誡經)」또는
「불임반열반경(佛臨般涅槃經)」이라고도 하고, 줄여서 「불유교경(佛遺敎經)」이라고도 한다.
이 경(經)은 석존이 입멸에 즈음하여 제자들에게 남긴 최후의 유계(遺誡)를 그 내용으로 하는바, 불타의 임종이라고 하는 극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하여 불교의 근본 주제가 매우 간결하게 설하여져 있다.
이 경은 석존의 만년(晩年)의 사적을 내용으로 하는 아함부의 「열반경(涅槃經)」 또는 마명의 「불소행찬」등과 문체상의 유사점이 많아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특히 「불소행찬」의 제 26품인 「대반열반품(大般涅槃品)」과는 운문(韻文), 산문(散文)의 다름은
있지만 내용상에서는 너무도 일치하는 점이 많다.
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해보면, 석존은 녹야원에서의 최초의 설법에서부터 최후의 설법으로 중생제도의 사명을 마치고 「쿠시나가라」의 숲
속 사라쌍수(紗羅雙樹) 아래에서 곧 입멸할 것임을 먼저 말한다. 그런 다음 제자들에게 입멸후에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스승으로 삼아 계율을
잘 지키고, 신심(身心)을 잘 다스려 5욕(五欲)을 억제하고, 정적(靜寂)을 구해서 정진하며, 정(定)을 닦아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것을
설한다.
마지막으로 석존은 사성제의 가르침에 대해 의문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세 번이나 권한다. 이에 대해 제자들은 침묵으로써 의문이 없음을
보이지만, 석존은 대자심(大慈心)으로써 다시 법신(法身)의 상주(常住)와 세간의 무상을 설하고, 석존의 입멸함을 슬퍼하지 말고, 노력을 다해
해탈을 얻어서 지혜의 광명으로 무명(無明)의 어두움을 떨쳐 버릴 것을 가르치고는 이것이 최후의 가르침이라고 끝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4) 부모은중경
지은이를 알 수 없는 한 권의 이 경(經)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치는 경이다. 흔히
상식적으로 불교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불교가 오히려 부모의 은혜를 더욱 강조하는 종교임을 이 경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이 경은 중국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동양에 널리 보급되어 왔고, 나라마다 유통본(流通本)도 많다. 우리나라의 유통본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라 불려져 왔는데, 특히 조선시대 초기부터 삽화(揷畵)를 곁들인 판본(板本)이 많이 간행되었고, 중기
이후에는 언해본(諺解本)도 출판되었다. 이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용주사(龍珠寺)에 있는 판본인 바, 이는 정조(正祖)가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뜻에서 개간(開刊)하도록 한 것인데, 이 판본에는 단원(檀圓) 김홍도(金弘道)의 그림까지 첨가되어있다.
이 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8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된 도리로서 왼편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편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가죽이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떨어져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이 경은 유교의 「효경(孝經)」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효경(孝經)」과는
차이가 많다고 하겠다.
첫째로, 부모의 은혜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특히 이 경에서 말하는 십대은(十大恩)은 매우 음미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①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주는 은혜
② 해산날에 즈음해서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③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④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아 먹이는 은혜
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시는 은혜
⑥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
⑦ 손발이 닳도록 깨끗하게 씻어 주시는 은혜
⑧ 먼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⑨ 자식을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은혜
⑩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시는 은혜
② 해산날에 즈음해서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③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④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아 먹이는 은혜
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시는 은혜
⑥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
⑦ 손발이 닳도록 깨끗하게 씻어 주시는 은혜
⑧ 먼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⑨ 자식을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은혜
⑩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시는 은혜
둘째, 생태학적으로 놀랍게도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10개월이 될 때까지 한달 마다의 생태학적인 고찰을 설하고 있다.
셋째, 유교의 「효경」은 부모중에서 아버지를 두드러지게 내세우고 있지만, 이 경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은혜를 더 강조하고
있다.
넷째, 「효경」이 효도를 강조하는 것에 비해, 이 경은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경에서도 그러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제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보은(報恩)의 방법은 부차적인 것이고 중요시하는 것은 은혜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 백유경 (百喩經)
불교경전 중에는 부처님의 설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유(譬喩)를 곁들여서 설한 경우가 많다. 12분교의 하나인
‘아바다아나’가 그것인데, 옛 문헌에서는 부처님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가 비유로 설명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소개하는 「백유경(百喩經)」은 그러한 전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처님의 교훈을 비유를 들어서 일반 민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한 비유의 이야기만을 모은 경전이다. 경(經)의 이름은 백가지 비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98가지 비유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구성은 4권이고, 98가지의 비유의 이야기 가운데 일반 대중을 위한 것 (70가지), 왕을 위한 것 (1가지), 출가자를 위한 것
(6가지), 출가자와 대중을 위한 것 (4가지), 외도를 위한 것 (13가지), 교법에 관한 것 (4가지) 등이다. 총합 98가지 가운데서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유의 이야기들은 처음에 흥미 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아가 불교의 참 뜻을 나누도록
전개되어있다.
이것들 가운데 두가지 비화(譬話)를 예로 들어 본다.
①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는 비유 (제2화)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주인의 그 말을 듣고 소금을 더
넣었다. 그는 소금을 더 넣은 음식을 맛나게 먹고는 음식이 맛나는 것은 소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만 넣어도 맛나는데 하물며 많이 넣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생각하고, 무지하게도 소금만 먹었다. 그래서 소금만 먹고는 입맛이 틀려 도리어 병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비유는 마치
이교도들이, 음식을 절제하여야 도(道)를 얻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칠일 혹은 보름 동안 음식을 끊어, 배만고파지고 도(道)에는 아무 이익이
없던 것과 같다.
이 비유화는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이 맛있다고 그것만 먹어 입맛을 틀리게 하는 것이나 무턱대고 굶는 이교도의 행동이나 어리석기는 매양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비화다.
② 부부가 떡을 먹으면서 서로 약속하는 비유 (제67화)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기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아서 만일 누구든지 먼저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약속했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 하나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조금 있다가 한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왔다. 재물을 훔치는 것을 보고도 부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결국 그 집 물건을 전부 가져가게
되었다.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도적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 부인을 겁탈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남편은 그것을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참다못해 “도적이야”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적을 보고도 외치지
않습니까?” 부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남편은 손뼉을 치면서 “옳지! 당신이 먼저 말을 했으니 내가 이겼다. 이제 떡은 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범부(凡夫)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이름이나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잠자코 고요히 있지만, 헛된 번뇌와 갖가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
선법을 잃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출세할 길만 구한다. 그래서 바로 다섯가지 쾌락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환란이라 생각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가르침의 말씀이 담기 비화이다.
2. 대승경전 (大乘經典)
(1) 반야사상
대승경전중에서 최초로 성립된 것은 반야사상의 경전이다. 반야분에 속하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대략 10여종이 넘으나, 이중에서
「대품반야경」, 「소품반야경」, 「대반야경」, 「반야심경(般若心經)」, 「금강경(金剛經)」, 「인왕경(仁王經)」 등 대략 여섯가지가 중요하다.
이 중에 「반야심경」과 「금강경」은 조계종단의 소의경전(所衣經典)으로 종헌에 규정된 경전이다.
반야부에 속하는 이들 경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중심사상은 반야사상이다. 반야사상이란 일체제법(一切諸法)이 공(空)이며, 그 하나
하나의 법이 고정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간(觀)하는 사상이므로 공관(空觀)사상이라고도 한다.
공(空)은 이미 아함(阿含)과 아비달마가 설한 것이었으나 ‘모든 존재에 나(我)는 없다 (諸法無我)’를 실증하는 분석적인
공관(空觀)사상은 반야경에서 제창되었다.
반야경은 사람들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가 실천할 수 있는 보살행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의 6바라밀을 세웠으며, 경의 제목에서 보듯이
반야바라밀(半夜波羅蜜)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 보시는 이미 초기 불교 이래 재가신도 실천도로서 설하고 있었다.
지계, 선정, 지혜는 초기 불교에 있어서 계정학(戒定慧)의 삼학과 함께 출가자의 실천도의 기본이었다. 또한 정진은 팔정도 안에서
설명되고 있다. 이와 같이 6바라밀 중의 다섯 가지가 초기 불교의 원천을 이루는 것은 반야경이 불교의 원점에 돌아갈 것을 주장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인욕은 이 경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실천도이며, 대승교도에 의한 당시의 사회적 조건을 추정하게 된다.
卍 . 대반야경 (大般若經)
본명은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이지만 줄여서 「대반야경」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일경전이 아니라 반야부(般若部) 계통의
경전을 집대성한 총서(叢書)이다. 660~663년에 현장이 번역했는데, 대체로 800년에 이른 반야계(般若系) 경전의 집대성이었으며
10회(會․部分)로서 구성되어 있다. 전장경(全藏經)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방대한 경으로 600권으로 되어있으며, 예부터 진국(鎭國)의
전(典), 인천(人天)의 대보(大寶)라 하여 매우 존중되어온 경이다.
이 경도 다른 반야부 경전과 같이 공사상(空思想)을 천명하고 있으며 육바라밀 중에서 특히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강조하고 있다.
반야(지혜)는 불모(佛母)이며 육바라밀의 원천이어서 일체의 불법이 반야로부터 유출(流出)되었기 때문에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므로써 육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으며, 육바라밀을 성취함으로써 일체지(一切智)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은 600권이나 되는 방대한 경전이어서 같은 반야계(般若系) 경전인 「대품반야경」이나 「소품반야경」 또는 「금강경」과 이 경을
요약한 반야심경(般若心經) 등에 비해서 많이 읽히거나 연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자은사삼장법사전(大慈恩寺三藏法師傳)」 제10권에서
지적했듯이, 이 경은 진국(鎭國)의 전(典), 인천(人天)의 대보(大寶)로 여겨 천재(天災), 병란(兵亂), 질병(疾病), 기근(飢饉)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경을 고승들에게 독송시키거나 강설(講說)케 하고, 또는 서사유포(書肆流布) 시키고 받들어 공양함으로써 그러한 어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믿어서 종파에 과계없이 전독(轉讀)되었었다.
이 경의 제398권에 보면, “송지(誦持)하는 자, 전독(轉讀)하는 자, 사유(思惟)하는 자, 여설(如說)히 행하는 자는 모든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는 법(法)을 얻을 것이다”라 하여 이 경의 공덕을 설한 부분이 있다. 이 경을 송지전독(誦持轉讀)하고 경에 설한대로
행함으로써 일체의 고액(苦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액을 면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에는 제재초복(除災招福)이요, 국가적으로 볼
때에는 진호국가(鎭護國家)인 것이다. 이 경은 이러한 점에서 신앙적으로 존중되어왔다. 고려 고종 때, 몽고군이 침입하여 국가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몽고군의 격퇴를 불전(佛典)에 기원하여 온 국민이 혼연일치하여 조조(雕造)한 고려대장경의 경우 그 첫머리에 이 「대반야경」을 배열한
것은 바로 이러한 데에 그 연유가 있는 것이다.
卍. 반야심경 (般若心經)
이 경은 600권이나 되는 방대한 경전인 「대반야경」의 사상을 가장 짧게 요약․압축시킨 경으로 반야부 경전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경으로, 그 내용은 자비를 통해 반야를 실천하고 완성하는 분인 관자재보살*이 사리자에게 경을 설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법회나 의식(儀式)때에 의례히 이 경을 독송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느 경전보다도 특히, 친근감이 있다고 하겠다.
범어 경명을 번역한 것이 「바야바라밀다심경」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반야심경」이라고 한다. 이 경은 범본 원전은 대본(大本)과
소본(小本)의 두 종류가 전하여 지고 있다. 양본의 내용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다만 대본은 소본에 없는 서론 부분과 결말 부분이
들어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경의 한역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수지독송되는 것은 당나라의 현장스님이 번역한 것으로 이는 소본을 번역한
것이다.
이 경은 「대반야경」 600권의 사상을 한자 260자로 압축시킨 경이다. 「반야심경」에는 무(無)가 20번 나온다. 이는 시종일관
흐르고 있는 공(空) 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경에는 ‘색은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 (色卽是空 空卽是色)’라고 하는 유명한 말이었다. 이
말은 공(空)과 색(色)이 다름 아니라는 것인데, 세상 모든 것은 헛것이지만 이 헛것(空)이 물질화 되어 나타나 있다는 말이다. 일체의 모든
법은 공(空)이므로, 공(空)안에는 오온(五蘊)도, 12처(=6근과 6경)도, 18계(界)도 없으며 12연기(緣起)도,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제(諦)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의 실체를 부정한 공(空)은 이면에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근거를 구하고 있다. 곧, 물질적 존재의
집착을 떠난 데서 물질적 존재의 진실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공한 것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철저하게 터득함으로써 반야(지혜)를 얻어, 결국에는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이룰 수 있다는 법칙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 관자재보살은 보는 것에 자유자재한 분이라는 뜻으로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자유자재로 세상의
일과 소리를 지켜보고 들으시면서 중생들의 고난과 고통을 구원해주는 자비를 상징하는 보살로서 바라밀행을 실천하는
주체자이시다.
* ‘아뇩다라샴먁삼보리’는 부처님이 깨달으신 평등원만한 지혜, 즉, 최상의 완전한 깨달음, 부처님이
되는 지혜의 깨달음,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이라는 의미다. 이를 향한 보살의 의지를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이라고
한다.
卍 . 금강경 (金剛經)
공사상(空思想)을 근본사상으로 하는 반야부 계통의 경전 중에서 「반야심경」에 못지않게 많이 읽히우고 있는 경이다. 「대반야경」과
같이 방대하지도 않고 반야심경과 같이 간략하지도 않으면서 매우 요령있게 설하여져 있어서 평소에 이 경을 독송한다던가 또는 남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알림에 있어 가장 적합한 경이기도 하다.
이 경은 인도에서도 매우 중요시되어 무착(無着), 세친(世親)등의 저술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선종(禪宗)에서 5조 홍인(弘忍)이래 매우
중요시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조계종(曹溪宗)에서 이 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어서, 어느 경전보다도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겠다.
이 경은 현장이 번역한 「대반야경」 600권 중에서 제 577권의 「능단금강분(能斷金剛分)」과 완전히 동일한데, 경(經)의 jws편에
흐르고 있는 사상은 다른 반야부 계통의 경전과 마찬가지로 공(空)사상이다. 철저한 공(空) 사상에 의해, 번뇌와 분별하는 마음을 끊음으로써
반야를 얻어 대각(大覺)을 증득(證得)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空)사상을 천명하면서도 ‘공(空)’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 경에 나오는 글귀 중에 “무릇 있는 바 상(相)은 다 허망한 것이다. 만약에 모든 상을 상 아닌 것으로 볼 것 같으면 곧 여래를 볼
수 있느니라 (凡所有相은 皆是虛妄이라, 苦見諸相이 非相이면 卽見如來)”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여기에서 모든 상이 다 허망하다고 하는 것은,
모든 상이 다 공(空)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공(空)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관(空觀)에 투철하면 부처님도 볼 수 있고 부처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경에서는 직설적으로 공(空)이란 말을 쓰지 않아도 그 저변에는 공(空)사상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 경은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 제 1에서 시작하여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 제 32로 끝난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이 경에서
안목(眼目)으로 삼는 것이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여덟자라고 한다. 중국 선종의 제 6조인 혜능(慧能)이 어느 날 금강경을
읽다가 바로 이 대목에서 홀연히 크게 깨달았다고 할만큼 이 말은 금강경에서의 특색있는 표현이며 핵심적은 문구로써 선가(禪家)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어구이기도 하다.
이 문구는 ‘마땅히 주(住)하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킬지니라’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일체의 것에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운용(運用)하라’는 것이다. 왜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제법개공(諸法皆空) 즉,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인 것이다.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상태로 마음의 작용을 하라는 것이다.
이 문구는 ‘마땅히 주(住)하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킬지니라’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일체의 것에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운용(運用)하라’는 것이다. 왜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제법개공(諸法皆空) 즉,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인 것이다.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상태로 마음의 작용을 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경에서는 무집착(無執着)을 고조(高調)하기 때문에 그 설하는 바는 평등의 이치가 차별의 상이 되어 활약하고 또 차별의
상은 평등의 이치에 귀입(歸入)하여 평등 = 차별, 차별 = 평등이라는 중도(中道)의 진리가 가장 선명하게 설해지고 있는 것이다.
卍 . 인왕경 (仁王經)
이 경의 정확한 경명(經名)은 「인왕반야바라밀경(仁王般若波羅蜜經)」 또는 「인왕호국반야바라밀경(仁王護國般若波羅蜜經)」인데, 줄여서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또는 「인왕경(仁王經)」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경명(經名)으로 보거나 또는 경의 내용으로 보가나 틀림없는 반야부 계통의 경전이지만 다른 반야경들과는 달리 「대반야경」
600권 안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경은 예부터 「대반야경의 결경(結經)」이라고 하여 제종(諸種) 반야경전을 종결(終結)짓는
경이라 전하여 온다.
또한 이 경은 이러한 점보다도 호국(護國)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으로서 너무도 유명하다. 천태종(天台宗)에서는 「법화경」,
「금광명경(金光明經)」과 함께 이 경을 호국(護國)의 삼부경(三部經)이라고 하거니와,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신라때에 시작하여 고려때에 빈번히
열였던 「인왕백고좌회(仁王百高座會)」(百高座會 또는 仁王會라고도 함)의 근거가 되는 경이어서 매우 중요한 경이라고 하겠다.
이 경은 2권 8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8품의 품명은 다음과 같다.
①서품(序品), ②관공품(觀空品), ③보살교화품(菩薩敎化品), ④이제품(二諦品), ⑤호국품(護國品), ⑥산화품(散華品), ⑦수지품(受持品), ⑧촉루품(囑累品) 등이다.
①서품(序品), ②관공품(觀空品), ③보살교화품(菩薩敎化品), ④이제품(二諦品), ⑤호국품(護國品), ⑥산화품(散華品), ⑦수지품(受持品), ⑧촉루품(囑累品) 등이다.
①서품(序品)이 서분(序分), ②관공품(觀空品)에서 ⑦수지품(受持品)까지가 정종분(定宗分), 그리고 ⑧촉루품(囑累品)이
유통분(流通分)에 해당된다.
서분(序分)에서는 석존 당시 인도의 16대 국왕이 자리를 함께 하고 특히 파사익왕(波斯匿王)이 중심이 되어 석존과 문답을 시작하는
광경이 서술되어 있다.
다음 정종분(定宗分)에서는 반야(般若)가 능히 지켜져야 하는 이유 즉, 내호(內護)를 밝히고, 반야에 의해 지켜지는 국토 즉,
외호(外護)를 밝힌 다음, 그 인과관계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유통분(流通分)에서는 불멸(佛滅)후에 정법(正法)이 쇠멸(衰滅)함을 예언하고 7란이 즉멸(卽滅)하고 7복이 즉생(卽生)토록하기
위해 16대 국왕에게 반야의 법문을 수지(受持)할 것을 당부하자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정법(正法)을 호지(護持)할 것을 맹서하고
환희했다고 하는 것이 설하여져 있다.
요컨대 이 경의 내용은 국가를 정당하게 수호(守護)하여 영구히 번영케 하는 근본 의의를 천명하고자 한 것이다. 말하자면, 국토를
안온(安穩)하게 하고 국가를 융창하게 하는 방책을 불교의 본의(本義)로부터 논증하고자 하여 내외의 수호(守護)와 인과의 상호 의지의 관계에 의할
것을 명시하고, 그의 본질을 반야바라밀다 곧 불지(佛智)의 증(證俉)에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멸국(滅國)난가(亂家)가 있어서 이것을
구하고자 하면 반드시 반야를 이해하게 하고 이것을 실수(實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과설(因果說)로써 국가를 보는 종교적․철학적인 태도를
확정하게 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경은 「법화경」, 「금광명경(金光明經)」과 더불어 호국(護國)의 삼부경(三部經)으로 취급되는 바, 어느 경 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호국을 설하고 있어서 호국에 관한 한 이 경에 앞서는 경이 없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이 경의 제 4품인 이제품(二諦品)의
끝 부분에 설하여진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왕들이여, 이 경의 이름은 인왕(仁王)이 반야바라밀에 관해 물으신데 대한 경이라는데 기인한다. 그대들은 반야바라밀을 수지(受持)하라.
이 경은 무량한 공덕(功德)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토를 지키는 공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 이 경은 모든 국왕의 법약(法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약을 쓰면 그 효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집과 일신(一身)을 안전히 지킬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은 국토를
지키는 성(城)과 같고 무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호국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어떠한 방법으로 수지(受持)하면 좋을지에 관해서 이 경의 압권(壓卷)이라고 할만한 제 5품인
호국품(護國品)의 말씀을 인용한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호국의 법을 설하리라. 그대들은 반야바라밀을 수지(受持)하라. 장차 국토에 난(亂)이 있고, 파괴가 잇고 큰
화재가 있고, 적(賊)의 무리가 와서 나라를 파멸케 하려고 할 때가 있으리라. 그때에는 백개의 불상(佛像), 백개의 보살상을 모셔놓고, 백명의
스님과 신도들이 자리를 같이 하여, 백명의 법사9法師)를 청하여 반야바라밀을 강(講)하도록 하라. 백명의 법사가 사자후(獅子吼)를 하는
고좌(高座)앞에는 백개의 등(燈)을 밝히고, 백가지 향(香)을 피우며, 백가지 꽃을 가져다 삼보(三寶)를 공양하라. 그리고 삼의(三衣)와 그
밖의 집물(什物)로 법사(法師)를 공양하라. 대왕들은 하루에 두 번 이 경을 강독(講讀)하라. 그대들의 국토 안에는 백가지 귀신(鬼神)들이 있고
그 한가지 부류(部類)마다 또 백명의 권속들이 따라 다닌다.
그러나 이들은 그대들이 읽고 외우는 경을 즐겨 듣게 되는 날, 그대들의 국토를 지키는 존재들이 될 것이다. 대왕들이여, 국토가 문란할
때에는 먼저 귀신들이 난동을 부린다. 귀신들이 난동을 부리는 까닭에 만민(萬民)이 따라서 난동을 부린다. 내외(內外)의 도적들이 침범해 와서
백성들이 목숨을 읽고 재산을 잃는다. 신하와 국왕이 서로 다투고, 태자와 왕자들끼리 서로 시비를 하고 백관(百官)이 서로 제각기 옳다고 다툰다.
천지(天地)에 괴변이 일어나고 28숙(宿)의 성도(星道)와 일월(日月)이 정상적인 궤도를 잃고, 화난(火難), 수난(水難), 풍난(風難)등
가지가지의 어려움이 닥쳐온다. 그러나 이때에 이 경을 강독(講讀)하기를 위에 말한 바와 같이 하면 모든 어려움이 다 사라진다.
대왕들이여, 이 경을 강독하면 비단 호국만 되는 것이 아니라 호복(護福) 즉, 복(福)을 지키는 이익도 얻어진다.“ 바로 우리는 이
경을 강독(講讀)하는 법회를 백고좌회(百高座會) 또는 인왕백고좌회(仁王百高座會)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서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백고좌회(百高座會)가 열린 것은 신라 진흥왕 12년(515)이 처음이 된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접어들면 이러한 법회가
너무도 빈번하게 열였었는데, 우리는 그러한 법회가 열린 이유가 무엇이었으며, 법회의 의식(儀式)이 어떠한 내용이었는가 하는 것을 이 경을 통해서
너무도 명료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화엄경의 사상
이 경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석존이 성도후 21일동안 삼매에 들어서 얻은 내관(內觀)을 표현한 것으로, 부처님의 세계와 거기에
이르기 위해 닦아야 하는 보살의 수행과정이 그 주된 내용이다. 거기에 전개되는 세계(法界)는 비로자나불의 현현이라고 하는데, 그리하여 모든
존재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緣起)이며, 비로자나불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범어를 번역한 경명(經名)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다. 줄여서 「화엄경(華嚴經)」이라고 한다. 화엄이라는 말은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다는 뜻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여러 가지 꽃들로 부처님을 ‘장엄한다’는 의미다. 즉, 「대방광불화엄경」이란 깨달으신 진리가 한없이
크고 넓으신 부처님의 세계를 청정하고 올바르고 덕스러운 보살행으로 장엄한 것에 비유로 나타낸 말이다.
화엄경은 대승경전중에 중국에서 한역된 이래로 교학적(敎學的), 사상적(思想的)인 발전에 있어서 「법화경」과 함께 쌍벽(雙璧)을 이루고
있는 유명한 경전이다. 이 경은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종합된 체제를 갖추고 있던 것은 아니었고, 각각의 품(品)이 독립된
경전으로 따로 따로 성립되었던 것인데, 후대에 「화엄경」으로써 집대성된 것이다. 그 집성의 시기는 대략 4세기경으로 추정되며, 그 장소는
중앙아시아로 추정한다. 각 품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십지품(十地品)」이고, 독립된 경전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십지경(十地經)」인데, 그
성립시기는 1세기에서 2세기경으로 전한다.
이 경의 범어의 완본(完本)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범어 원전으로 남아 있는 것은 「십지품」과 「입법계품(立法界品)」뿐이다. 이
경은 「60화엄」의 경우는 7처(處) 8회(會) 34품(品), 「80화엄」의 경우는 7처 9회 39품으로 구성되어있는 바, 여기에서 처(處)는
이 경을 설한 장소를, 회(會)는 이 경을 설한 모임을 말한다.
「60화엄」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두부분으로 나뉜다. 제 1부는 ①「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 (1)에서 (33)
「이세간품(離世間品)」(33)까지이고, 제 2부는 「입법계품(入法界品)」(34)한장이다. 전통적으로 흔히 「화엄경」을 7처(處) 8회(會)라고
하는데, 이것과 대조하면 위에서 말한 제 1부가 제 7회(會)까지에 해당되는 것이고, 제 2부는 제 8회(會)에 해당된다.
제 1부에 속하는 7회(會)에는 ①마가다국의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 ②마가다국의 보광법당회(寶光法堂會), 이렇게 두 개의 지상의
모임과 ③ 도리천회, ④ 야마천궁회, ⑤ 도솔천궁회, ⑥ 타화자재천국회(他化自在天宮會), 이렇게 네 개의 천상의 모임, ⑦ 다시 지상의
보광법당회로 들어간다. 마지막 ⑧ 역시 지상의 서다림회, 즉 기원정사에서의 모임이다. 여덟 회좌중에서 보광법당회가 두 번 있으므로 7처(處)가
되는 것이다. 「80화엄」의 경우는 보광법당회가 세 번 있었기 때문에 9회(會)가 된다.
제 1회는 석존이 마가다국의 보리수나무 밑에서 이제 막 대각(大覺)을 이루고 묵묵히 앉아 광채를 발하고 있다. 그 둘레에는 많은
보살들이 있어, 한 사람씩 일어나서 부처님의 덕을 찬양한다. 이때 석존은 이 경의 교주(敎主)인 비로자나불과 하나가 되어있다.
제 2회에서는 석존이 자리를 옮겨 보광법당의 사자좌(獅子座)*에 앉아있다. 문수보살은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제를 설하고, 또 10명의
보살들이 각각 열가지 종류의 심심(甚深)한 법을 설한다.
제 3회부터는 설법의 장소가 천상으로 옮겨진다. 여기서 십주(十住)의 법이 설해지고, 제 4회에서는 십행(十行), 제 5회에서는
십회향(十廻向), 제 6회에서는 십지(十地)가 설하여진다.
제 6회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범어의 원전(原典)이 남아 있는 「십지품」인데, 십지(十地)란 보살의 수행발전을 열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한 것으로 「화엄경」 중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십지(十地)는 다음과 같다.
① 환희지(歡喜地)로서 깨달음의 눈이 열려서 기쁨에 넘쳐있는 경지이고,
② 이구지(離垢地)로서 기본적인 도덕이 훈련되며,
③ 명지(明地)로 무상(無常)의 성찰로 점차 지혜의 빛이 나타나며,
④ 염지(焰地)로 진리에의 열의로 그 지혜가 더욱 증대하며,
⑤ 난승지(難勝地)로 벌서 어떠한 것에 의해서도 지배를 받는 일이 없으며,
⑥ 현전지(現前地)로 일체는 허망하여 오직 그것은 마음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으며,
⑦ 원행지(遠行地)로 열반도 생사도 자유로이 출입하며,
⑧ 부동지(不動地)로 목적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이 자연히 솟아 나오며,
⑨ 선혜지(善彗地)로 부처님의 법장(法藏)에 들어가 불가사의한 큰 힘, 곧 해탈의 지혜를 얻으며,
⑩ 법운지(法雲地)로서 무수한 여래(如來)가 대법(大法)의 비를 내리더라도 능히 이를 받아 드릴수가 있다는 것이다.
② 이구지(離垢地)로서 기본적인 도덕이 훈련되며,
③ 명지(明地)로 무상(無常)의 성찰로 점차 지혜의 빛이 나타나며,
④ 염지(焰地)로 진리에의 열의로 그 지혜가 더욱 증대하며,
⑤ 난승지(難勝地)로 벌서 어떠한 것에 의해서도 지배를 받는 일이 없으며,
⑥ 현전지(現前地)로 일체는 허망하여 오직 그것은 마음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으며,
⑦ 원행지(遠行地)로 열반도 생사도 자유로이 출입하며,
⑧ 부동지(不動地)로 목적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이 자연히 솟아 나오며,
⑨ 선혜지(善彗地)로 부처님의 법장(法藏)에 들어가 불가사의한 큰 힘, 곧 해탈의 지혜를 얻으며,
⑩ 법운지(法雲地)로서 무수한 여래(如來)가 대법(大法)의 비를 내리더라도 능히 이를 받아 드릴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서히 발전해 온 보살 수행의 계위를 통합한 것으로, 이러한 십지(十地) 전체를 통하여 보살은 자기자신을 위한 깨달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깨달음으로 향하게 하는 이타행(利他行)을 수(受)하는 것도 중요하다. 10지(地)에 반야경의 6바라밀을 대응하고, 다시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智)의 네 가지를 더해서 10바라밀이 되었다.
요컨대 십지란 지혜와 자비가 완성되는데서 나타나는 여러 국면을 단계적으로 풀이한 것으로, 이것은 결국 마음의 근원을 주체로 하는
여래성(如來性)의 흥기(興起), 성기(性起)의 외적 표현이며 이론적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제 7회는 다시 지상의 보광법당에서 지금까지의 설법이 다시 요약되어 설하여진다.
제 8회 「입법계품(入法界品)」의 입법계는 진리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선재(善財)동자가 남방에 53인의
선지식(善知識=善友)*을 찾아 드디어 법계에 들어감을 증명했다는 구법(求法)의 이야기가 기록되어있다. 여기서 선재가 53인의 선지식(善知識)들을
찾아 구도(求道)하는 과정을 적어 정진하는 것이 곧 불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선지식(善知識) 중에는 뛰어난 보살 뿐만이 아니라
비구, 비구니, 소년, 소녀, 의사, 장자(長者), 선인(仙人), 외도(外道), 바라문 등 갖가지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이는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보리심의 유무(有無)가 문제라는 대승불교의 수도이상(修道理想)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 역시 범어 원전이 남아 있는 경으로, 그 내용안에 선재동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선지식이 부처님 공덕을 성취하기 위해 선재에게 설한
보살의 마음가짐과 덕목이 담긴 열가지 수행과 서원을 나타낸 것이 바로 「보현행원품」에 있다. 이것은 예배와 공경, 찬양, 공양, 참회, 함께
기뻐함, 설법을 청함,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청함, 본받아 배움, 중생을 따름, 회향 등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에 설하신 「화엄경」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중생들의 근기를 생각지 않고 높은 경지에서 깨달으신 진리를
그대로 설하셨기 때문에 당시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들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후 부처님은 중생들의 근기에 맞는 설법을 펴셨다고 한다.
이와 같이 「화엄경」에 담겨져 있는 화엄사상은 불교의 핵심적이면서 가장 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후대의 학자들은 이 경의
사상과 철학을 더욱 분석하고 체계화하는데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법화경」의 「천태사상(天台思想)」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교학(敎學)과 쌍벽을
이루는 화엄사상을 확립시켰던 것이다.
* 사자좌란 석존께서 앉으시는 법의 자리, 혹은 설법시에 사용하는 크고 높은 자리이다.
* 선지식이란 중생의 교화자로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도록 하는 스님을 일컫는다. 밖으로 관찰며 지켜주는 외호 선지식, 행동과 수행을 같이하는 동행 선지식, 바르게 가르쳐 인도하는 교수 선지식 등이 있다.
* 선지식이란 중생의 교화자로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도록 하는 스님을 일컫는다. 밖으로 관찰며 지켜주는 외호 선지식, 행동과 수행을 같이하는 동행 선지식, 바르게 가르쳐 인도하는 교수 선지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