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법문] 01.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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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법문] 01.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성수스님 0 1884
 
[성수스님의 영상법문]
01.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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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부대중의 인생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향하여 갈 것인가?

지금 이 세상에 있는 최고라 일컬어지는 석학이라도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 주는 이가 없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불교의 비유경(譬喩經)에는
이에 관한 짧은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니,
한번쯤 들어보고, 읽어보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5월 초하루 법회 中 강정사 성수스님의 영상법문 -
 
 
<거부장자와 바보하인>

옛날, 어느 고을에 거부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는 기운은 천하장사이나 아둔하기 그지없는 하인이 한명 있었다.

이 사람은 얼마나 바보인가 하니,
어느 날 주인이 아침 식전에 그 바보 하인을 보고는
- 아침밥을 먹고, 시장에 갔다 와야 되겠으니, 그리 알아라! 하고 일렀다.

부자주인은 힘이 장사인 이 바보하인을 우마같이 여기어
무거운 물건을 사서, 지게에 한 짐 가득 가지고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아침밥을 먹고,
이 하인을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찾아도 어디를 갔는지 알 수가 없어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데, 오후가 훨씬 지나서 하인이 빈 지게를 지고 나타났다.

- 이 놈아, 어디를 갔다왔느냐!! 하고 주인이 물으니,
아침밥을 먹고 시장에 갔다가 오라고 하셔서 시장을 갔다 왔습니다.
- 시장을 가면 무슨 일인가 물어보고 나와 같이 가야지.
  어찌 너 혼자 간단 말이냐!
- 어쩐지 시장을 돌아다녀도 무엇 때문에 왔는지 몰라서 그냥 돌아 왔습니다.

주인은 하도 기가 막혀서 단장 같은 막대기 하나를 주면서 말하기를
- 네가 바보라는 상으로 이것을 주는 것이니,
  너 보다 더 미련한 바보를 만나거든, 이것을 전하여 주고
  만나지 못하거든 네가 죽을 때까지 이것을 간직하여라. 하였다.

바보하인은 그것이 명예스러운 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보다 더 못난 바보에게 전하려고 하였으나
저보다 더 못난 바보를 찾을 수가 없어 방안에 감추어 두었다.

몇 해를 지난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바보하인은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며, 울고 있고
주인은 사랑방에 누워서 신음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인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사랑방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었다.
- 집안이 왜 이렇게 시끄럽고, 나으리는 왜 누워 계십니까?
- 내가 멀리 갈 것 같아서 그러는 모양이다.
- 멀리 가시다니요, 동쪽으로 가십니까? 서쪽으로 가십니까?
  남쪽으로 가십니까? 북쪽으로 가십니까? 어느 쪽으로 가십니까?
- 어느 쪽으로 가는지 모른다.
- 무슨 일로 가십니까?
- 무슨 일로 가는지 그것도 모른다.
- 그러면 가시는 길이 멉니까? 가깝습니까?
- 그것도 모른다.
- 가시면 몇 일만에 돌아오십니까?
- 기한도 모른다.
- 누구를 데리고 가십니까? 혼자 가십니까? 누구와 같이 가십니까?
- 그것도 나는 모른다.
- 노자는 얼마나 듭니까?
- 그것도 모른다.

이 말을 들은 바보하인은 재빨리 막대기를 꺼내 와 주인에게 주었다.

- 이 지팡이는 나으리께서 가지고 가십시요.
- 이것은 무슨 지팡이냐?
- 나으리께서 바보상으로 주신 것인데,
  나보다 더 못난 바보에게 주라고 하셨는데,
  오늘 보니, 나으리가 저보다 더 못한 바보이기 때문에 드리는 겁니다.
  먼 길을 가신다고 하면서 거리도 모르고, 방위도 모르고, 기한도 모르고,
  노자도 얼마나 들지 모르고, 누구를 데리고 갈 것도 모르고,
  무슨 일로 가는지도 모른다 하시니,
  나보다 주인나리께서 더 바보가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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