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스님의 즉문즉답]

4. 남녀사이(사랑)란 절대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즉문]

스님, 오랫동안 사랑을 지켜온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고, 부모님을 뵈었는데,

어머님께서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하시며,

내 아들이 죽는다고 당장 헤어지라고 합니다.

남자친구는 지금 이별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저는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지금 어떻게 해야 될까요?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법우님께서 이렇게 다시 찾아주시니,

소승도 반갑고 기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상담 요청하신 글을 여러 번 읽어 보았습니다.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를 잊고 떠나보내고 포기했을 때입니다.

남녀가 궁합에 따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무릇 궁합이라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사주를 토대로 하여 보지만,

인간의 삶 자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일 뿐,

결코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 정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소승이 부처님을 따라 수행할 때에

궁합을 잘 본다는 분들을 수없이 만나 보았지만,

거의 엉터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슨 띠와 무슨 띠는 합이 들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상극이다.

거기에 그럴싸한 말 좀 보태서 좋다 나쁘다 하면서

그걸 가지고 헤어지라 마라 합니다.

 

만약 그 사람이 법우님께 대뜸 헤어지라 한다면,

단번에 그 마음을 정리하고 헤어지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는 남녀도

오백생의 인연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듯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던 연인이라면

그 인연이 더 더욱 지중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남녀 사이도 때가 있어

시기를 잘 타면 순풍에 돛단배요

시기가 맞지 않으면 한 폭의 그림일 뿐이니,

꼭 혼인을 하시기를 원한다면

사주가 어떻고 궁합이 어떻든 간에

본인의 정성과 노력으로 성사시키면 됩니다.

남녀간의 인연이란 절대 태어나면서 정해진

사주와 궁합에 따라 이루어지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궁합으로 보아 천생배필이라 하여도

결혼을 앞두고 파경을 맞는 사람도 여럿 보았고,

궁합으로 보아 상극이라 해도

오랜 세월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결국은 원하는 사람이 꾸준히 노력하고 정성을 들이면

상대방이 때가 되고 깨달음이 있을 때,

좋은 결실이 맺어진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쪽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꾸준히 당기면

한쪽에서 자석처럼 끌려오는 것이 남녀사이입니다.

사주 생각하지 말고, 궁합 생각하지 말고,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이리저리 휘둘리지 마시고,

지금은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세요.

법우님의 진심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그 마음이 어머님께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스님과 함께 일심으로 기도하여

두 분의 인연을 함께 이루어 가도록 합시다.

법우님의 향기로운 소식을 기다리며,

착한 소구소망을 이루시길 늘 기도발원합니다.

화청향성법음범패

서말리산 강정사 주지 성수합장